얼마전 벼르고 벼르던 센스리더를 구매하기 위해 회사에 구매요청을 했습니다.

기존에 테스트버전으로 가지고 있던 센스리더는 회원등록이 되어있지 않아서 잠깐 쓰다보면 프로그램이 종료돼버리고, 또 업데이트도 되지 않아 여러가지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혹시나하는 마음에 정품구매를 요청한 것입니다.

최근 회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이것저것 조치를 취하는 상황이라 힘들줄 알았는데, 관련부서에서 구매를 진행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조만간 센스리더가 도착할 것 같습니다.

센스리더가 오게 되면 제가 하고 있는 작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용들을 이제는 문제없이 테스트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흥분됩니다. 또한 블로그 포스팅도 센스리더와 연관지어서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센스리더

센스리더는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뜻합니다.

종종 ‘스크린리더기’라고 표현하는 경우를 포스팅이나 카페에서 보게 되는데, 스크린리더는 기기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스크린리더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리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 ‘화면낭독 프로그램’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은 표현입니다.

센스리더 프로페셔널

센스리더는 단순히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화면으로 출력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켜는 순간부터 끄는 순간까지 모든 것들을 소리로 출력하는 프로그램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등은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얼마전 모 업체에서 장애인들이 웹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웹 기반의 TTS 솔루션이 훨씬 효율적이고, 웹 접근성을 보장하는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는 내용으로 한창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해당 업체의 TTS 솔루션이 몇몇 장애인들에게 웹에 접근하는 과정을 단순화시킬 수도 있지만, 이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하는건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컴퓨터를 켜고 브라우저를 실행시키는 과정을 생각치않고, 단순히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만을 가지고 판단하는건 옳지 못한 논리적 비약이 아닌가 합니다.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 링크들과 글에 달린 댓글들을 참고하시면 충분히 고수분들의 의견을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용자와 센스리더

웹 사이트를 개발하다보면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모두의 공통적인 이슈가 존재합니다.

바로 ‘사용자는 어떨까?’입니다.

기획자는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콘텐츠 생성과 UI/UX를 고려한 기획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디자이너는 본인의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가 해당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어떤 디자인 요소들이 사용자에게 도움을 줄 것인지를 고려해서 디자인을 하게 됩니다.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로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개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용자에 대한 고려에서 은연중에 사용자의 폭을 특정 부류에 한정짓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사용자는 다양한 주위 환경과 다양한 개인적인(신체적인) 환경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비장애인, 평균적인 학력 등의 기준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규정하게 됩니다. 비단 이런 오류는 웹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작업하는 제작자뿐만 아니라, 웹 접근성을 고려하는 제작자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사용자들 속에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센스리더 등에 대한 고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장애인을 고려하지만, 실제 출력되는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즉, 보조기기를 통해 출력되는 방식에 대한 고려보다는 ‘이렇게 읽어주겠지?!’ 와 같은 어림짐작으로 만족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호환성과 센스리더

사용자를 고려하고 있기에 웹 개발자들은 귀찮고도 귀찮은 브라우저 호환성 테스트를 끊임없이 진행합니다. 만약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가장 최신의 브라우저에 맞게 작업하고 브라우저 업그레이드를 강제하면 끝날 일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야하기에 이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브라우저들의 호환성을 확보하는 작업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Internet Explorer 6 이하의 브라우저는 마크업하는 개발자들의 흰머리를 갈수록 늘리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개발자 좀 살려주세요‘라고 하는 부탁의 업그레이드 캠페인을 열겠습니까? (제발 해주세요 T.T). 하지만, 사용자들을 고려하면(또는 회사방침상) 이런 테스트하는 상황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우리가 브라우저 호환성을 위해 최소 6가지의 브라우저(Internet Explorer 6, 7, 8, FireFox, Opera, Safari 등)를 체크하듯 장애인이 사용하는 보조기기에 대한 호환성도 확보되어야만 합니다.

이는 단순히 장애인을 배려하고 위하고 동정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할 다양한 환경에서의 호환성 확보를 위한 필수부가결한 작업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장애인도 사용자이기 때문입니다.

웹 개발자(웹 디자이너)와 센스리더

웹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발전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언어,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를 해야 겨우 최근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고, 디자이너들도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다양한 툴과 디자인 패턴들을 몸에 익히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센스리더와 같은 보조기기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웹 개발 트렌드를 전혀 따라오고 있지 않습니다. 아니, 따라올 수 없습니다. 수준급의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어서 바로바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얼마되지 않는 매출을 올리는 보조기기 업체에서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보조기기는 절대로 웹 개발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가면 멀어지고, 또 따라가면 멀어지는 상황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그렇다고, 웹 접근성을 고려해야하는 당연한 웹 개발 풍토속에서 개발자들은 신기술보다 웹 접근성을 더 고려해야만 할까요? 그래서 훨씬 편하고, 효과적인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보조기기가 지원하는 정도의 기술로만 웹사이트를 개발해야만 할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 시대의 웹은 과거와 달리 단순히 정보공유의 공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구조의 한단면이면서 이윤추구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기술 도입을 제약하긴 어려운 일입니다. 그로 인해 생길 갈등은 오히려 웹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더 신기술과 웹 접근성의 관계를 잘 정의내려야만 합니다.

웹 개발자(웹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범위에서 장애인을 늘 포함시켜서 작업을 해야합니다.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웹 사이트를 개발해야한다는 건 아닙니다. 최소한 장애인들이 사용함에 있어 콘텐츠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불편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웹 개발자(웹 디자이너)는 장애인이 사용하는 보조기기에 대한 기본적인 출력방법 등은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웹과 센스리더

이런 얘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여러번 들었던 얘기지만, 웹 접근성 때문에 자바스크립트도 못쓰고, 플래시도 못쓰면 도대체 기업들은 웹사이트를 어떻게 만들라는거냐라고 합니다. (물론 자바스크립트, 플래시 모두 사용해도 웹 접근성에 문제가 크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사용하냐의 문제입니다.) 장애인을 고려하다가 회사망하면 책임질 수 있느냐라고 합니다. (왜 망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위와 같은 얘기를 들을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현실’입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 뒤로 미뤄야할 항목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또 신기술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현실에 ‘웹 접근성’이 끼어들어 웹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합니다.

(웹발전이 뭐길래 웹 접근성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만 할까요? 웹이 ‘사람’보다 우선인건가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센스리더 등은 웹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보조기기는 웹발전의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웹 개발자들도 그렇지만, 보조기기도 ‘표준’을 준수해야하고, ‘표준’에 대한 지향을 목표로 삼아야만 합니다.

표준에 맞게 마크업을 하고, 웹 접근성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한 코드를 표준에 맞게 출력하도록 제작한 보조기기가 표준에 맞게 출력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웹 개발과 보조기기의 관계일 것입니다.

내가 센스리더를 구매한 이유

별 필요도 없는 이런저런 말들을 했지만, 제가 센스리더를 구매한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바로 ‘센스리더 사용자는 어떨까?‘라는 것입니다.

실제 업데이트되고 있는 센스리더를 통해 사용자들의 환경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웹개발을 하면서 적용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센스리더에 맞춰서 작업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센스리더를 통해 웹을 접하는 분들도 사용자이기 때문에 최대한 사용과 접근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제가 디자인하고 제가 마크업한 콘텐츠에 가능한 모든 사용자의 환경을 고려하고 테스트를 진행하겠다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우리가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 많은 장애인들이 웹사이트를 항해하면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콘텐츠를 얻길 바라고 있습니다. 웹 접근성이 보장되지 되지 않은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꼼수를 배우면서까지 콘텐츠를 얻어가는 장애인들의 얘기를 들을때면 웹을 만드는 한 사람으로 한없는 부끄러움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주위에 웹 접근성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자꾸자꾸 늘어가고 있어서 다행이고, 행복합니다.

사람들과 만날때 늘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누구나 미래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또 누구나 세상을 혼자만의 힘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 장애, 노화에 자유롭다 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일, 우리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웹 접근성을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전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는 주체들이 모두 행복하고, 평등하길 바랍니다. 가진 자들이 가지지 못한 다수를 억압하는 현실이지만, 우리가 뜨겁게 살아갈 수 이유는 바로 평등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사는 세상,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을 위해 함께 웃어보아요~

추가글

어제 시청광장에 다녀왔습니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을 잃고, 이젠 김대중 대통령마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시청광장 김대중 대통령 분향소

비통하고 또 비통한 감정을 누를수가 없습니다.
부디 2MB, 매국노들, 간신배들, 기회주의자들 없는 하늘나라에서는 평온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오셨던 김대중 대통령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