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이 글은 콱 모임 후 회사내에서 공유하기 위해 작성한 글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 틀리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긴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또한 회사내에 공유한 글과는 조금 틀리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회사관련 얘기는 빼야해서 좀 어색한 부분들이 있네요. ^^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KWAG 모임과 정찬명님께 감사드립니다.

들어가며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의 시행이 이제 2달 반 남았습니다.
2007년 4월 10일에 제정된 이 법은 작년 11월 시행령(안)이 만들어졌고, 곧 정식법안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2008년 4월 10일부터 시행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민간기업들 특히 IT 기업들은 이 법의 파급효과에 대해 준비,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은 ‘웹 접근성 품질마크‘ 등과 같은 계도와 강제의 지시들이 있어왔기때문에 준비(물론 에이전시들이 해야할 일들이지만)를 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작년 공공기관들의 웹 접근성 품질마크 심사를 직접 진행해보니 아직 공공기관들의 갈길도 멀게만 보입니다.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이란?

W3C WAI 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Web Accessibility means that people with disabilities can use the Web.

이 부분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한 논쟁이 좀 있기는 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 이라고 해석하는 경우와 ‘불리한 조건을 가진 사람(인터넷환경, 기기환경 등)’ 이라고 해석해야한다는 입장이 있으나, 둘다 어떤 경우라도 웹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원칙적으로 동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에 대한 많은 토론이 있었고, 현재도 있고, 미래에도 있을 부분이므로 우선 패스~

Web accessibility refers to the practice of making websites usable by people of all abilities and disabilities.
– Wikipedia

웹 접근성이란, 어떠한 사용자(장애인, 노인 등), 어떤 기술환경에서도 전문적인 능력 없이도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우리 회사 사이트가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이용할 수 없어? 맥(Mac)에서는 이용할 수 없어? 라고 물으시면 이렇게 답해드리겠습니다.
네. 이용할 수 없습니다.
왜 이용할 수 없을까요? ^^;
그럼 다시 장차법으로 돌아가 볼까요…

장차법에서의 웹 접근성

장차법은 웹 사이트에 국한된 법은 아닙니다. 사회전반적인 모든 영역에 걸쳐 장차법은 그 파급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더욱 무서운(?)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은 있을 수 없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권리는 차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받는 혜택, 정보, 서비스 등은 타인도 모두 똑같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영역은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큰 관심사가 아닐터이니 가장 관심을 가져야할 웹과 관련된 항목을 위주로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차법에서는 웹 접근성에 관한 정확한 명시는 없으나 정보접근에 관한 차별금지 항목이 있습니다.

제20조(정보접근에서의 차별금지)
① 개인·법인·공공기관(이하 이 조에서 “개인 등”이라 한다)은 장애인이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그에 접근함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제4조제1항제1호 및 제2호에서 금지한 차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여기서 전자정보는 “정보화촉진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명시되어있는 정의를 따른다고 되어있습니다.

“정보”라 함은 자연인 또는 법인이 특정목적을 위하여 광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하여 부호·문자·음성·음향 및 영상 등으로 표현한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지식을 말한다.

그리고, 장차법 시행령에는 정보통신관련 조항에 직접 웹 접근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15조(행위자 등의 단계적 범위)
웹 접근성(장애인 등 누구나 신체적ㆍ기술적 조건과 관계없이 웹사이트를 통하여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을 보장할 수 있는 웹사이트

즉, 웹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는 웹사이트는 차별행위를 한 것이고, 이는 처벌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 전에도 장애인 차별에 관한 법안이나 내용들은 있어왔고, 우리 스스로도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으로 그쳐서는 안되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차별을 좀 해도 괜찮았던 과거와 달리 차별은 곧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장차법의 차별정의

차별을 추상적으로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판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장차법에서는 차별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습니다.
제4조(차별행위)에서 6가지의 금지하는 차별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참! 그것만 피하면 되겠네.. 라는 안일한 생각은 마세요. 빠져나가기 힘듭니다.

제4조(차별행위) ①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2.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3.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4.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조장하는 광고를 직접 행하거나 그러한 광고를 허용·조장하는 경우. 이 경우 광고는 통상적으로 불리한 대우를 조장하는 광고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포함한다.
  5. 장애인을 돕기 위한 목적에서 장애인을 대리·동행하는 자(장애아동의 보호자 또는 후견인, 그 밖에 장애인을 돕기 위한 자임이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장애인 관련자”라 한다)에 대하여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행위를 하는 경우. 이 경우 장애인 관련자의 장애인에 대한 행위 또한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 여부의 판단대상이 된다.
  6. 보조견 또는 장애인보조기구 등의 정당한 사용을 방해하거나 보조견 및 장애인보조기구 등을 대상으로 제4호에 따라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경우

다행히도 조항마다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았네요. 하지만, ‘정당한 사유’를 설명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웹사이트 제작에 장애인을 차별할 수 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란 무엇인지 정확히 변호해줄 유능한 변호인단을 구한다면 모를까…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은 곧 ‘장애를 고려하는 기준을 적용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즉, 웹사이트 제작시 세세한 부분까지 장애인의 입장에서 만들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예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대체텍스트와 구조적인 markup 을 해야하고, 지체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해 키보드 접근성을 높여야하고, 영상의 경우 반드시 자막을 넣어주어야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처벌규정

가장 관심있는 부분이겠죠? 그거 좀 안지켰다고 뭐 큰일나겠어? 기껏해야 1-2백만원 벌금내면 되지…..
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참고로 기업뿐 아니라 개인 웹사이트도 포함입니다. ^^;)

제46조(손해배상)
① 누구든지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차별행위를 한 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9조(차별행위)
① 이 법에서 금지한 차별행위를 행하고 그 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차별을 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② 제1항에서 악의적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전부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1. 차별의 고의성
  2. 차별의 지속성반복성
  3. 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4. 차별 피해의 내용 및 규모

③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악의적인 차별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제1항의 벌금형을 과한다.

변호인단의 능력이 좋아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모를까 저 ‘악의적’이라는 표현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법인 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하여도 벌금형을 과한다고 합니다.
회사가 알아서 하겠지.. 란 생각도 슬슬 버려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회사뿐 아니라 작업자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처벌이 될때까지의 과정은 어떨까요?
장차법에는 그 과정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진정 -> 직권조사 -> 장애인차별시정소위원회 -> 법무부장관에게 권고내용 통보 -> 시정명령(법무부장관) -> 불복시 30일 이내에 행정소송 제기(또는 시정명령 확정) -> 시정명령 이행상황 제출요구(법무부장관)

이런 과정을 걸쳐서 마지막에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 과정중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우려되는 곳이 있습니다.

제38조(진정)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이하 “피해자”라 한다)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라는 부분에서 우려가 됩니다.
즉,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웹 사이트를 살펴보니 웹 접근성이 떨이진다고 생각이 든다면 누구든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는 도덕적이지 않은 경쟁사와의 관계를 가진 경우에 더욱 긴장해야할 사항이 아닌가 봅니다.
어떤 식으로든 제 3자를 통해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시정명령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기업을 비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린 언제부터 해당되지?

장차법에서는 시행에 관한 단계적 범위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1. 공공기관 : 2009년 4월 11일부터 적용
  2. 법 제3조제8호에 따른 법인 : 별표 2, 별표 4 및 별표 5에서 정하는 단계적 범위를 따르며, 그 외의 법인은 2013년 4월 11일부터 적용함

○ 노동부 [사업장의 단계적 범위(제5조 관련)]

  1. 상시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 법 시행 후 1년이 경과한 날 (‘09.4.11)
  2. 상시 100인 이상 30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 : 법 시행 후 3년이 경과한 날(‘11.4.11)
  3. 상시 30인 이상 100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 : 법 시행 후 5년이 경과한 날(‘13.4.11)

○ 정보통신부[제15조 관련-행위자의 단계적 범위]
법 제3조 제4호에 따른 공공기관 : 1년 이내 시행
법 제3조 제8호에 따른 법인 :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인은 소정의 단계적 범위를 따르며 나머지 법인은 5년 이내 시행

일반 기업의 경우 맨 아래 ‘법 제3조 제8호’에 따라 위 ‘사업장의 단계적 범위’에 해당하는 조건에서 시행일을 확인해야합니다.
만약 직원이 200명이라면 2009년 4월 11일부터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뜻도 되겠죠.
30명 이하로 모두 쪼개서 따로 법인을 만들어버리면 시간을 좀 벌 수 있을까요? ^^;

개인적인 소견

윗 글을 읽어보시면 기업입장에서 ‘무서운 법’ ‘나쁜 법’ ‘역차별 법’ 이라는 것처럼 쓰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외 사례를 봤을때 많이 늦은 감이 있죠.

장차법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의 불만이 외적으로 표출될 것입니다.
하지만, 법이라는 테두리안에서 그 불만은 그리 큰 힘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메이저 IT 기업들, Naver, Daum 등은 이미 내부적인 가이드라인과 웹 접근성 관련 TF, 세미나 등을 통해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구글과 야후는 이미 법적 강제를 받고 있는 외국기업이기 때문에 이미 가이드라인이 있을 것이구요.

그럼 이들의 행보가 단지 법에 의한 제재때문일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웹 접근성을 높이면서 웹표준에 맞춰서 작업을 했을 경우에 생기는 이익이 기존 방식보다 훨씬 크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더 컸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즉, 웹 표준을 지켜서 작업을 했을 때의 이점이 기존 방식보다 업무효율을 향상시켰고, 부수적으로 웹 접근성을 향상 시켰던 사례를 가이드화시킨 것이죠.

장차법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보게 될 많은 기업들, 저 역시 걱정됩니다.
하지만, 수십년동안 사회전반적으로 피해를 봤지만,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았던 소외계층들의 고통보다 크겠습니까?

글을 마치며

누구든 장애의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습니다. 또 누구든 나이를 먹고 눈이 침침한 노인이 됩니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웹 접근성을 지키는건 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비장애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기업입장에서도 다양한 혜택(시간, 돈 등)을 안겨주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바꿔나가지 않으면 한번에 바꿀 수 없습니다.
절대 “6개월에 모든 사이트 웹 접근성 맞춰..” 라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웹 접근성이 웹 퍼블리셔나 코딩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만의 몫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웹 사이트는 혼자서 만드는게 아닙니다. 다양한 직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웹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는 기획, 구조적 markup과 웹 표준을 모르는 디자이너, 개발자, 웹 접근성을 모르는 마케터가 어떻게 웹 접근성이 높은 웹 사이트를 기획, 제작, 마케팅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웹 접근성에 대한 이해나 필요성을 모르는 상사나 간부가 어떻게 회사내 웹 접근성 향상을 지원하고 장려할 수 있습니까?
이는 모두의 몫입니다.

이후 다양한 고민으로 더욱 꼼꼼히 대응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시작해도 늦습니다.

[참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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